[로건에릭] # X-men 2016. 10. 24. 22:08

단문



화가 난 듯한 에릭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휴게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있는지 몰랐군."


에릭의 등 뒤로 문이 저절로 쾅 닫혔다. 느긋하게 앉아 신문을 읽던 로건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에릭에 교사 휴게실이라고 적힌 팻말을 흘끗 보았다. 그가 임시 교사 일을 거절한 게 지난 달이었다. 여길 왔다는 것은 그를 보러 왔다는 의미 이상이 되지 못했다. 로건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주변을 어슬렁대는 에릭이 할 말이 있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나 마나 찰스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일 터였다. 진으로부터 그들의 갈등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걸 전해 들은 게 불과 이틀 전이었다. 찰스가 전에 없이 완강하다는 사실까지. 로건은 에릭이 원하는 게 무엇이든 간에 그가 찰스를 결코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군. 찰스가 안 된다고 하던가?"

"…이젠 찰스 흉내라도 내고 싶어진 건가?"

"바란다면 해주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짚는 로건을 보며 에릭이 헛웃음을 냈다.


"웃기지 마."


에릭은 반대편의 소파에 털썩 앉아 등을 기댔다. 들어올 때보다 한결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신체 변화를 겪은 후로 삶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특히 에릭과의 관계에서 로건은 마치 정신계 능력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릭의 금속 감지 능력은 실로 대단해서 골격이 모두 금속인 자신에게도 영향을 미치곤 했다. 그가 격렬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로건은 마디 마디가 진동하며 끔찍한 고통을 느끼기도, 스트레칭 한 것처럼 굽어 있던 곳이 곧게 펴지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기도 했다. 감정마다 느끼는 고통의 형태도 제각기 달랐다. 이 상태에 대해 에릭과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그도 대충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재밌는 사실은 에릭이 자신과 로건이 일종의 '연결된 상태'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들 모두 운명을 믿는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가까이에서 텔레패스를 겪어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정신계가 아니어도 유대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는 사실을 꽤 낭만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폐허 속에서 로건을 찾은 것도 다름 아닌 에릭이었다. 그는 로건이 회복된 후에 자신과 함께 떠나길 원했다. 하지만 찰스는 에릭이 로건을 설득하기 전 먼저 그에게 자비에 스쿨 교사 자리를 제안했다. 로건은 별다른 고민 없이 수락했다. 그 일 때문인지 에릭은 찰스가 로건을 그에게서 빼앗아가려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최근에 그들이 사사로운 곳에서마저 충돌하는 이유였다.   


"널 찾으러 간 건 실수였어."

"나 없인 학교를 떠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로건이 몸을 일으켜 에릭이 앉아있는 소파의 팔걸이에 걸터앉았다. 에릭은 그런 로건을 올려다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카이로 사건 이후 에릭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도움이 필요한 돌연변이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알칼리 호수였다. 기지는 폐쇄되었고 사고를 처리하는 군인들만이 순찰 중에 있었지만 에릭은 웨폰 엑스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근처 숲을 탐색하던 에릭은 동굴 속에서 기억을 잃고 산짐승처럼 배회하는 로건을 발견했다. 그들이 묘사하는 로건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에릭의 눈 앞에 나타난 로건은 신체의 부상 외에도 기억상실로 인한 불안증과 환각 현상을 겪고 있는 심각한 상태였다. 로건은 그가 알던 10년 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에릭은 그의 치료를 위해 찰스가 있는 학교로 데리고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결정을 후회했던 것이다.

 


로건은 에릭이 왜 가장 먼저 자신을 찾아 나섰는지 알았다. 죄책감이었다. 콘크리트와 함께 물속에 처박았던 십년 전의 실수를 참회하기 위함이었다. 로건은 결코 에릭을 탓하거나 원망해본 적이 없었지만 에릭은 다른 듯했다. 위스키를 나눠 마신 수많은 밤 중에, 취하지 않는 자신의 앞에서 에릭은 울며 고해했다. 그가 알던 백발의 에릭은 자신을 위해 한 톨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을 것이었기에 로건은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릭은 로건의 입술이 얼굴 앞으로 다가오자 눈을 감았다. 로건이 에릭의 턱을 부드럽게 잡고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이렇게나 가까이에 다가가 입을 맞춰도 밀어내지 않는다. 미래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옷 벗어. 로건."

"이봐, 난 이 학교 선생이야. 좀 더 예의를 갖추라고."

"예의 그런 건..."


팔짱을 낀 채 여유만만하던 로건의 팔이 위로 쑥 올라갔다.


"능력으로 동료를 괴롭히는 건 징계감이야. 그건 7살짜리 신입생도 아는ㅡ"


이번엔 로건의 몸이 붕 뜨더니 널찍한 소파 위로 날아갔다. 


"이럴 땐 자네가 정말 아이 같다니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보다도 더."






"자네의 이런 얼굴 처음 보는 것 같아."


거칠게 자라난 갈색 털 사이에서 얼굴을 떼어낸 로건이 미간을 찌푸린 에릭을 보며 말했다. 에릭은 신음이 나올 것 같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로건의 혀가 성기 전체를 감쌀 때마다 에릭은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말해도 된다고…할 때까지 말하지 마."


에릭은 로건의 목덜미를 팔로 감싸거나 붙잡지 않았다. 대신 시트를 손 끝이 하얘지도록 쥐고 잇새로 뿌드득 소리가 나도록 아귀를 꾹 다물었다. 에릭이 마침내 부르르 떨며 사정했을 때 로건은 머리부터 발가락 끄트머리까지 아다만티움이 찌르르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도 모르게 악하고 소리를 지르자 에릭이 난처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미안."


몸 속의 금속들은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빌어먹을 재생능력." 로건은 뻐근한 어깨를 좌우로 끼워 맞추고 소파에 걸려있던 가죽 재킷의 주머니를 뒤졌다. 가장 안쪽의 포켓에서 콘돔이 툭 떨어졌다. 로건은 빳빳해진 성기에 콘돔을 끼우고 에릭의 배에 떨어진 사정액을 위로 발랐다.


뭉툭한 로건의 성기 끝이 에릭의 둔부 사이에 자리 잡았을 때 별안간 로건의 몸이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당황한 그와는 반대로 의기양양한 표정을 한 에릭이 로건의 몸 위로 드리워졌다. 내가 할 거야. 한마디를 한 에릭이 로건의 발기한 중심 위로 올라탔다. 로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마치 냉동된 것처럼 목 아래로 몸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에릭이 능력을 써서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리하지 마, 에릭." 로건은 그를 달래길 시도했다. 에릭은 그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서툰 솜씨로 로건의 성기를 자신의 입구에 맞추려 애쓰고 있었다.


"날 자유롭게 해주면 좀 더 수월해질거야."

"아, 으…."


로건의 것을 제 안으로 삽입한 에릭이 고통에 찬 신음을 냈다. 로건은 무력하게 누워 그저 그가 쪼그려 앉아 천천히 몸을 들썩이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쩐지 괴로운 쪽은 로건이었다. 평소보다 감각이 배로 예민해졌기 때문이었다. '이거, 정말, 죽겠군.' 허벅지로 떨어지는 에릭의 땀방울, 무심코 무릎과 팔을 스치는 따뜻한 손바닥, 더운 숨, 그리고 뜨거운 그의 안. 엇박자이던 에릭의 피스톤질이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며 로건의 호흡 또한 점점 거칠어졌다. 에릭은 입고 있던 얇은 니트를 벗어 던지고 고개를 젖혀가며 위아래로 움직였다. 에릭의 벌어진 입에서 절제되지 않은 소리가 쉴 새 없이 새어 나왔다. 로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에릭, 에릭, 네 얼굴 만질 수 있게 해줘. 에릭은 시트에 널브러진 로건의 손을 쥐고 몸을 숙여 털이 무성히 난 그의 가슴에 얼굴을 부볐다. 그리고 곧 그의 몸 위로 풀썩 쓰러졌다. 그와 함께 굳었던 로건의 몸이 풀렸다.


로건은 잘했다는 듯이 에릭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평소 같으면 쳐냈을 손길을 에릭은 가만히 느끼며 로건에게 한동안 안겨 있었다.






'X-m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크에릭] 열한 번째 손가락  (0) 2017.02.07
[피터에릭] happy holiday  (0) 2016.12.10
헨리크 구르스키의 우울한 초상  (0) 2016.09.10
[찰스데이빗] 불시착  (0) 2016.08.07
[찰스에릭]  (0) 2016.07.17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