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 덕질 # Note 2017. 3. 17. 01:14


어크 영화의 과거 파트 배경인 스페인 남부에 다녀왔다.


나는 도입부의 [스페인 안달루시아, 1492] 만 봐도 가슴이 마구 뛰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스페인 거기서도 남부만을 집중적으로 여행하기로 결정하는 데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물론 덕질만 하러 간 건 아니었고 남부는 유유자적하기에도 관광지로서도 매력적인 곳이어서 선택지 중에서 단연 우선순위였다. 싼 물가, (비교적)안전하고 아름다운 도시, 따뜻한 햇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안달루시아를 추천하는 마음에서 덕질이 가미된 간단한 여행기를 적어봄.


1. 세비야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 세비야에 머무르는 동안 어쩌다 보니 네 번이나 가게 됐는데 이건 아마 두 번째 간 날 찍은 사진인 듯. 날씨가 좋을 때 해를 등지고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면 정말 행복하다. 저녁에는 주민들의 생활체육 공간으로도 이용하고 있었다. 광장 앞뒤로 공원이 있고 산책하기 좋다.



여기서 보는 탑이 예쁘다고 생각했는지ㅋㅋㅋ 낮/밤/앵글별로 남아있음. 직접 보는 게 훨씬 예쁘다.



남부의 가로수는 오렌지 나무이다. 스페인에서는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도 종종 향기가 날 때가 있는데 아마 오렌지 냄새가 아닐까 싶음. 내가 갔을 땐 아직 철이 아니었는지 열매가 열린 나무가 많지 않았다. 가로수용 열매는 먹을 수 없고(맛이 없어서) 먹어보면 평생 과일을 먹기 싫어질 정도로 시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식용 오렌지 나무를 심는 경우도 있는데 식용나무와 가로수를 잎으로 구별할 수 있다고 했으나 정확히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잊..어버렸다.



세비야 대성당. 살바도르 성당에서 통합권을 먼저 구입해가면 줄을 서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건 많이 알려진 팁이니 자세히 얘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두 번째 리그레션 때 마리아와 아귈라가 열심히 누비던 도시가 세비야일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는 건설중인 건물 때문이다. 세비야는 그라나다보다 먼저 가톨릭에 함몰되었기 때문에 1492년쯤이면 이미 기존의 사원을 부수고 대성당을 짓는 중이었을 테고 아귈라가 뛰어내린 저 건물이 바로 건설 중인 대성당일 거라고 예상. (+1502년 완공되었다고 함)



대성당으로 가는 길. 지붕사이를 뛸 힘이 없는 나는 길로 걸어간다..



좀 더 공부를 하고 갔으면 좋았을걸. 후손들에게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대한 성당을 짓는 것이 당시 목표였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고, 나는 그 기분을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영화에서는 대성당 내외부가 현대 배경으로 나온다. 다소 비현실적인 내부..! 하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어크 영화는 스페인 관광청에서 후원했거나 감덕님이 본인 여행기를 영화로 제작한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는데 어떠한 장면들에선 관광객의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에ㅋㅋㅋㅋㅋㅋ



콜럼버스의 묘 앞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관 안에서 선악과를 꺼내오는 ㅋㅋㅋㅋㅋ 그렇다면 몇백 년 동안 선악과는 세비야에 있었고 템플러들은 등잔 밑에 사과를 두고도 몰랐던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콜럼버스의 묘는 1898년에 쿠바에서 이장해온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선악과는 100년이 넘게 스페인 내에 있었던 것!



성당 내부의 히랄다 탑에 오르면 세비야 시내의 전경과 성당을 내려다볼 수 있다. 탑은 34층까지 있는데 현대 건물로는 13층 정도 되는 높이이므로 천천히 걸으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종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정각까지 기다려도 안 쳐서 나는 그냥 내려왔다.



대성당의 낮과 밤



로오건 이곳에서도 절찬 상영 중




2. 론다



당일치기로 다녀온 론다. 어딜 찍어도 하늘이 파랗다. 누에보 다리에서 보는 전경은 전형적인 유럽 시골의 모습.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터미널에서는 끊임없이 사람을 실어 내리고 있었다.



아귈...만 보면 반사적으로 카메라부터 드는.. 가죽세공하는 아귈라...




3. 네르하



아귈라의 고향(최소 본적)이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 네르하. 세비야에서는 직행 버스가 없고(말라가 경유) 그라나다에서는 2시간이 조금 안 걸린다. 그라나다에서 가도 중간중간 다른 곳을 들렀다 가긴 한다.  



유럽의 발코니라고 하며 지중해를 볼 수 있다. 발코니 위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니 그 시대 사람들이 왜 바다 끝은 낭떠러지라고 생각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론다보다 작은 도시였음. 1박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날 앉아있는데 집시로 추정되는 사람이 로즈마리 풀을 주었다. 2센트라고 했는데 2센트가 없어 20센트를 주었더니 자긴 2센트만 받을 거라며 내일을 기약하자고 했다. 양심적인(?) 분이라 왠지 기억에 남음.




4. 그라나다


이 여행의 목적! 알람브라가 있는 도시! 

그라나다는 석류왕국으로도 불리는데 석류는 사막에서 물이 없을 때 최후의 수분 섭취용으로 먹었던 과일로, 최후의 보루라는 의미로 석류에 빗댄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전에 다녔던 도시들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는데 아마도 이슬람 건축 양식이 남은 건물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화초, 자갈, 흰 벽..) 이슬람 건축 양식을 카르멘이라고 하고 카르멘을 충족하는 집은 집 앞에 카르멘이라는 명패를 붙여놓기도 한다. 내가 묵었던 숙소의 와이파이 비밀번호에도 카르멘이 들어갔었다.



산타페 협약에 서명하고 있는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 동상. 찍을 당시에는 몰랐는데(일단 찍고 보자..)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사벨 여왕과 1492년은 스페인 역사에서 매우매우 중요했던.



그라나다는 세비야와는 달리 정말 추웠다. 고도가 높고 네바다 산의 푄 현상으로 건조하고 해가 없을 땐 서늘함. 게다가 머무는 날 중에 이틀이나 비가 와서 축축한 사진들 뿐이다 ㅠㅠ



그러므로 알람브라만 이야기해본다. h는 묵음이기 때문에 알함브라가 아닌 알람브라라고 발음해야 한다고. 그라나다의 랜드마크 격인 알람브라 안의 나사리에스 궁전이다. 양옆에 심어져있는 풀은 최음 성분을 뿜는다고 하는데 맡아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운데 연못은 깊어 보이지만 바닥에 검은색 대리석을 깐 것이고 모두 알람브라를 찾아온 대사를 압도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안쪽에 대사를 접대하는 방이 있다.



그 옆에는 사자의 중정이. 왕이 머무르던 곳으로 가운데에는 열두 개의 물을 뿜는 사자상이 있다. 원래 사자상의 용도는 물시계인데 지금은 시간에 상관없이 열두 개 모두 물을 뿜고 있는 중이다. 원리를 알기 위해 해체했다가 고장 났다고. 진짜 석상은 연구&수리차 대학에 있다고 함.



안타깝게도 곳곳이 공사 중이기 때문에 ㅠㅠ 일부만 보고 올 수밖에 없었다.



사자의 중정은 술탄이 토르케마다에게 선악과를 넘긴 장소이기도 하다. 원래는 저렇게 아름다웠을 거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남.



고증을 참 잘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벽면의 타일이다. 지금은 붉은색 타일이 색이 변해 거의 검붉은 색으로 보이는데, 15세기 배경의 영화 속에서는 선명한 붉은색으로 나타난다.



이 장소도 찾고 싶었는데 못 찾았다..




5. 다시 마드리드로



올라오는 동안 데퓨 스페인어 더빙 버전도 보고



프라도 미술관 가기



영화에 나왔던 이 작품의 이름은 <Auto de fe en la Plaza Mayor de Madrid> "auto da fé"는 포르투갈어로 "act of faith", 마요르 광장에서의 종교재판 모습을 담은 그림. 미술관 0층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막연히 그림이 리그레션 속 그날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닌 것 같고.. 라이킨 박사는 어떻게 저 그림을 소장하게 된 걸까.



스페인의 마지막 밤은 마드리드에서. 남부와 다르게 나무들이 이파리 하나없이 앙상하다. 

이날 생겼던 즐거운 일 덕분에 짧게 있었던 마드리드가 더 좋았다는 것이 이 글의 반전 아닌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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